2024년 12월 4일 서울에서 전합니다

그것은 알기 싫다

지구상의 청취자 여러분 여기는 국회가 보이는 xsfm 스튜디오입니다.
녹음하는 지금 시각은 2024년 12월 4일 1시 15분입니다.
윤석열은 지금으로부터 2시간 50분 전인 12월 3일 밤 10시 25분경 계엄을 발표했고, 35분 후인 밤11시 계엄사령부가 포고령을 발표했습니다.
내용은 의회와 정당의 활동, 결사/집회/시위 등의 모든 정치활동 금지, 언론/출판 통제, 파업/태업/집회행위 금지, 의료인 본업 복귀 등입니다. 어길 경우 계엄법에 따라 영장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을 할 수 있으며 계엄법14조에 따라 처단할 수 있다. 계엄법14조는 벌칙이고,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저는 11시 10분경부터 두시간 남짓 국회앞에 나가있었습니다. 그 사이 딱봐도 공수훈련할때나 보던 군용헬기 대여섯대 정도가 제 눈앞에서 국회로 진입했고, 국회 반대방향으로 제 옆을 스쳐 빠르게 걸어가는 노인에게 시민들이 주호영이 그렇게 살지 말라!고 소리쳤으며, 검은 전투복을 입은 일군의 젊은이들이 국회 정문으로 진입하려는 것을 시민들이 온몸으로 막아내기도 했습니다. 제 옆에 계셨던 어르신은 힘이 얼마나 셌는지 특수부대원으로 보이는 사람의 몸이 거의 제게 던져져서 지금도 좀 얼얼합니다. 당장 이 담화가 나간 뒤 50분 후에 모여있던 시민들의 수는 적었지만, 쉴새 없이 늘어났고, 국회의 모든 문을 에워싼 경찰의 버스가 작아보일 만큼의 수로 금세 늘어났습니다. 국회 밖에서는 안의 몇몇 큰 소리로만 겨우 상황을 가늠할 수 있었고, 그사이 국회에는 공수부대가 진입해 본회의장 진입로의 창문을 깨고 민의의 전당으로 침투하려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새벽 1시, 비상계엄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되었고, 바깥에 있는 시민들의 함성을 들으며 저는 다리건너 스튜디오로 향했습니다. 걸어가는 길에 빼곡히, 나들이 인파처럼 많은 시민들이 계속해서 국회로 모여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80년 5월 17일의 대한민국 시민들도 처음엔 어리둥절해하며 일상을 이어갔을 것입니다. 민주주의의 위기와 호구지책이 동시에 다가오면 출근을 하는게 보통의 선택이니까요. 선배들은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를 살았고, 그 사이 계엄사령부를 장악한 쿠데타 세력은 김대중에게 사형선고를 내렸고, 김종필을 체포했고, 김영삼의 정치활동을 규제했으며, 분노한 시민들을 총칼로 죽였고, 권력을 일원화해 그후 12년을 더 유지했습니다.

국회밖에 있던 시민들도, 많은 라이브방송을 지켜보던 분들도, 목숨을 건 국회의 비상계엄해제요구결의에 약간의 안도를 하셨을 것이고, 저도 짧은 한숨을 놓았습니다. 그리고 스튜디오로 향하는 제 발걸음 뒤로 헬기 몇대가 더 국회로 향했습니다.

윤석열과 그 일당은 지금껏 법조항의 해석을 문제삼아 많은 반칙을 저질렀습니다. 거부권의 제한이 없다는 이유로 자신에게 방해가 되거나 민생에 도움이 되는 많은 법을 거부해 삼권분립을 무력화시켰고, 법조문에 있는 등이라는 글자 하나를 문제 삼으며 시행령으로 삼권분립을 무력화 시켰습니다.

계엄법 제11조 1항. 계엄의 해제. 국회가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경우에는 지체없이 계엄을 해제하고 이를 공고하여야 한다. 가 내용입니다. 하지만 2조2항에서 비상계엄은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 선포한다는 내용을 입맛에 맞게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국회는 이 조항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계엄유지에 문제 없다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제11조 계엄의 해제 1항. 국회가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경우에는 지체없이 계엄을 해제하고 이를 공고하여야 한다. 문제는 2항입니다. 대통령이 제1항에 따라 계엄을 해제하려는 경우에는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한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임명한 심복들로 구성된 국무회의에서 말이 많다-며 이 법에 대한 다른 해석을 내놓을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막무가내로 이 쿠데타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법기술자는 이렇게 사회에 위험합니다.

시스템이 마비된 상황에서는, 그 어떤 최악의 상황도 항상 상상해두는 것이 유익합니다. 이 일이 터지기 한달 전인 11월초, 야당이 계엄법 개정을 당론으로 정했듯이요. 저도 최악을 상정하고, 한가지만 부탁드리려고 합니다.

주변에 있는 대한민국의 군인, 경찰을 설득해주십쇼. 우리 아빠엄마, 할머니할아버지, 오빠언니형누나동생, 배우자, 친척, 선후배,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이라도, 연락해서 이 불법적인 폭력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설득해주십쇼. 한시간전 저는 국회로 진입하려다 제 턱에 닿아 겨우 쓰러지지 않고 진입을 포기했던 군인들의 눈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결의가 없었고,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이 상황을 이해하기 힘들어보였습니다. 최악의 상황이 닥쳤을 때 믿을 건, 제복을 입은 이 동료시민들 뿐입니다. 군인과 경찰분들께, 한국의 민주주의가 너무 늦게 발전해서 미안할 뿐입니다. 진작에 군인노조도 경찰노조도 있어야 했고, 직장협의체의 목소리가 커져서 부당한 지시에 조직적으로 반대할 수 있도록, 우리가 만들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합니다. 너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국가의 주인인 시민이 나누어줄수 있는 민주사회의 온기를, 군인 혹은 경찰인 우리의 아빠엄마할머니할아버지오빠언니형누나동생배우자친척선후배,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에게 나누어줍시다. 시민과 시민의 대표자들을 때리고 잡아가두는 일, 하지 말라구요. 본인이 주인이 되고, 윤석열을 주인으로 섬기지 말라구요. 만나고, 전화하고, 문자해봅시다.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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